회복 9일차, 마늘 4접을 매달고 나서야 몸의 한계를 알았습니다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기록 9일차.
아침 산책으로 시작한 하루가 5일장 마늘 구입과 마늘 말리기로 이어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괜찮았을 일이었지만, 회복 중인 몸에는 큰 무리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 몸의 한계를 다시 배운 하루였습니다.


물안개를 보며 시작한 아침 산책

오늘은 회복 9일차입니다.

오늘도 아침 산책을 나가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집 안이 조용해서 엄마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엄마는 새벽에 한 번 일어나 움직이셨다가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인지 다시 잠을 청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조용히 밖으로 나왔습니다.

오늘도 물가에는 물안개가 피어 있었습니다.

어제보다 더 많이 피어오른 물안개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나왔으면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아침 공기 속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아직 옻이 오른 다리는 완전히 좋아지지 않았고, 몸도 예전처럼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금 걷는 시간은 제게 회복의 리듬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5일장 나들이

거의 집에 도착할 무렵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놀라서 받았더니, 동네 아주머니가 마늘을 사러 가자고 오셨으니 빨리 오라는 전화였습니다.

오늘은 이곳의 5일장이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어제부터 오늘 9시 차를 타고 마늘을 사러 가자고 이야기했었는데, 마침 아주머니 아들이 시장에 간다고 함께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서둘러 바지만 갈아입고 아주머니네 화물차에 올랐습니다.

시장에 도착하자 우리는 마늘을 보러 다녔습니다.

사실 저는 마늘을 본다고 해서 좋은 마늘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동안 저는 마늘은 그냥 다 같은 마늘인 줄 알았습니다.


마늘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마늘에도 종류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벌마늘, 스페인마늘, 홍삼마늘, 신마늘.

저는 처음 듣는 이름들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중에서 신마늘을 구입했습니다.

엄마는 신마늘이 예전 육쪽마늘과 비슷하다고 하셨습니다.

예전의 저는 마늘을 살 때 크고 까기 좋은 것이 좋은 마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마늘이 맵기만 한 것도 있고, 푸석푸석한 것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또 하나 배웠습니다.

배우는 것은 정말 평생인 것 같습니다.

아주머니가 흥정을 잘해주셔서 4만 원짜리 마늘을 3만 5천 원에 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3접을 구입했고, 아주머니는 2접을 구입하셨습니다.


마늘을 옮기며 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갔습니다

문제는 그 마늘을 차가 있는 곳까지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거리가 꽤 멀었습니다.

마늘을 들고 세 번을 왔다 갔다 했더니 온몸에 기운이 쭉 빠져버렸습니다.

그 순간 시원한 냉커피가 너무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냉커피를 세 잔 사서 마늘 파는 아주머니와 함께 마늘을 사주신 아주머니께도 드렸습니다.

잠깐의 시원함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저는 9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500원 버스가 준 작은 웃음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는데 화면에 500원이 표시되었습니다.

엄마에게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손이 느린지 잘 찍히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이 탈 때 겨우 찍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신 기사님이 왜 그것을 찍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경기도에 사는데 너무 신기해서요.”

그 말에 기사님도 웃으시고, 버스에 타고 계시던 어른들도 함께 웃으셨습니다.

순간 버스 안이 조금 환해진 것 같았습니다.

시골 버스 안에는 그런 정겨움이 있었습니다.


마늘 4접을 매달고 나서야 알게 된 몸의 한계

집에 도착해 조금 있으니 아주머니 아드님이 마늘을 가져다주셨습니다.

그런데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마늘이 잘 말라야 한다며 달아 매달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네가 키도 크고 하니까 좀 매달아라.”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미 기운이 많이 빠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마늘을 그대로 둘 수도 없었습니다.

마늘 파는 아주머니가 덤으로 작은 마늘 한 접을 더 주셔서 결국 4접을 매달아야 했습니다.

마늘을 엮고, 들고, 매다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잠깐 하는 일처럼 보였지만 회복 중인 제 몸에는 큰일이었습니다.

마늘을 다 매달고 나니 온몸에 힘이 빠졌습니다.

제 얼굴빛이 노랗게 변했다고 합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아직 제 몸은 회복 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회복 중에는 예전의 몸 기준으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여도, 몸속의 에너지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걷고, 장을 보고, 마늘을 옮기고, 다시 마늘을 매다는 일까지 이어지자 몸이 버티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했을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중인 몸은 예전의 기준으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을 오늘 다시 배웠습니다.

회복은 단순히 병원에서 괜찮다는 말을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일상 속에서 어느 정도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내 몸의 한계를 다시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오늘의 회복 일기

오늘은 회복 9일차.

아침 산책도 했고, 시장에도 다녀왔고, 마늘도 샀고, 마늘 4접을 매달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마늘의 종류가 아니라 제 몸의 한계였습니다.

몸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천천히 가야 한다.”

오늘의 회복은 많이 해낸 하루가 아니라, 무리한 뒤에 몸의 신호를 다시 알아차린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조금 더 쉬어야겠습니다.

회복은 버티는 일이 아니라,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살아가는 연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나는 회복 중에도 예전의 몸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지는 않을까요?
  • 몸이 지쳤다는 신호를 보내는데도 “이 정도는 괜찮아” 하고 넘기고 있지는 않을까요?
  • 오늘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은 어디까지일까요?

회복 일기 시리즈

  • 회복 1일차 : 엄마 집에서 시작한 진짜 쉼
  • 회복 2일차 : 들깨를 심으며 배운 회복의 속도
  • 회복 3일차 : 바람도 음악도 새소리도 쉬라고 했습니다
  • 회복 4일차 : 혈압보다 더 궁금했던 내 몸의 이야기
  • 회복 5일차 : 병원이 내게 처방한 것은 약보다 ‘쉼’이었습니다
  • 회복 6일차 : 옻닭을 먹고 다리에 옻이 올랐습니다
  • 회복 7일차 : 매년 먹던 옻닭인데 올해는 왜 옻이 심하게 올랐을까?
  • 회복 8일차 : 몸도 과일나무처럼 제때 돌봐야 합니다
  • 회복 9일차 : 마늘 4접을 매달고 나서야 몸의 한계를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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