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3일차, 오늘은 쉬라는 말을 듣기로 했습니다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기록 3일차.
오늘은 텃밭에 출근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고, 쉬는 것도 회복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운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텃밭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회복 3일차 이야기입니다.
어제는 엄마와 함께 텃밭에서 들깨를 심었습니다. 오랜만에 흙을 만지고 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마음은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텃밭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을 움직여 보니 생각과 몸은 달랐습니다.
머리가 앞뒤로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몸도 무거웠습니다.
억지로 움직이면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히 텃밭으로 나갔을 것입니다.
“이 정도는 괜찮아.”
“조금만 하면 돼.”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또 움직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몸의 신호를 듣기로 한 날
수술 후 지금까지 나는 늘 마음의 말을 더 많이 들으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괜찮다고 했고, 할 수 있다고 했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텃밭에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의자에 기대어 앉았습니다.
앞창과 뒷창 사이로 바람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거실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창밖에서는 새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다가 지금의 마음을 시로 적어보았습니다.
회복
머리가 앞뒤로 흔들려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앞창과 뒷창 사이로
바람이 오가고
거실에서는 음악이 흐른다
창밖에서는 새가 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바람이 쉬라 하고
음악이 쉬라 하고
새소리마저 쉬라 한다
그래서 오늘은
흔들리는 머리를 탓하지 않고
그 말들을 듣고 있다
시를 다시 읽어보니 지금의 내 상태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흔들리는 머리가 싫었을 것입니다.
왜 아직도 이럴까. 왜 빨리 좋아지지 않을까. 왜 남들처럼 회복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습니다.
흔들리는 머리를 원망하기보다 그 신호를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수술은 끝났지만 회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뇌동맥류 수술을 한 지 어느덧 7개월이 되어갑니다.
수술은 끝났습니다. 검사 결과도 괜찮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복은 아직 진행 중인 것 같습니다.
좋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습니다. 머리가 맑은 날도 있고 멍한 날도 있습니다.
몸이 가벼운 날도 있고 오늘처럼 무거운 날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날이 오면 실망했습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회복은 직선으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좋아졌다가 하루 힘들 수 있습니다.
걸을 수 있는 날도 있고 쉬어야 하는 날도 있습니다.
텃밭에 나가는 날도 있고 집 안에 머무는 날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이 회복의 과정이라는 것을 인정하려고 합니다.
쉬는 것도 회복의 중요한 과정입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수술 후에도 쉬는 것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책도 썼고, 강의도 했고, 심리검사도 했고, 자격과정도 운영했습니다.
몸은 회복 중인데 마음은 빨리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회복은 애쓴다고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오히려 몸이 쉬어 달라고 할 때 쉬어 주는 것이 회복의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오늘 가장 중요한 일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의 말을 들은 것입니다.
바람이 쉬라고 했습니다.
음악도 쉬라고 했습니다.
새소리도 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말을 듣기로 했습니다.
회복 3일차, 텃밭 결근 1일차
오늘은 회복 3일차.
그리고 텃밭 결근 1일차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출근을 한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몸의 신호를 듣는 자리로 출근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오늘의 회복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나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 쉬어야 할 때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일이 아니라 충분한 회복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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