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과일나무처럼 제때 돌봐야 합니다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8일차.
아직 옻이 오른 다리는 크게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아침 산책길에서 떨어져 썩어가는 과일을 보며, 건강도 제때 돌보지 않으면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복 8일차, 아직 옻 반응은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회복 8일차입니다.
아직도 옻이 오른 다리는 크게 좋아진 것 같지 않습니다.
가려움도 남아 있고, 붉게 올라온 피부도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몸은 생각보다 천천히 회복하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옆집 아주머니와 아드님의 대화 소리가 들렸고, 무언가 일을 하는 소리도 이어졌습니다.
다시 잠을 청해 보았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조금 걸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엄마 방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살짝 문을 열어보니 엄마는 아직 잠을 더 청하고 계셨습니다.
오늘은 혼자 아침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물안개와 여름 열매들
집 앞 개울에는 오랜만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나왔더라면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천천히 걷다 보니 동네 아주머니네 밭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열매가 참 많았습니다.
자두도 있었고, 살구도 있었고, 포도도 있었습니다.
사과와 배도 보였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여름이 익어가는 풍경을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강낭콩처럼 보이는 콩이 있어 하나 따서 껍질을 열어보았습니다.
역시 강낭콩이 맞았습니다.
겉으로만 보아서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껍질을 열어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건강도 그런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몸속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뇌동맥류 수술을 하고 나서야 저는 그 사실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다 다른 집 밭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비닐을 씌워 놓았기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수박이 탐스럽게 열려 있었고, 옆에는 복숭아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머문 것은 떨어진 과일이었습니다
풍성하게 열린 열매들을 보며 걷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나무 아래에 떨어진 과일들이 보였습니다.
이미 썩기 시작한 과일도 있었고, 벌레가 파고든 과일도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관리했더라면 맛있게 익었을 과일들인데, 그대로 땅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문득 제 몸이 떠올랐습니다.
과일나무도 제때 돌봐야 좋은 열매를 맺습니다.
물을 주고, 병충해를 살피고, 필요하면 가지를 정리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열매는 제대로 익지 못하고 결국 떨어지고 맙니다.
우리 몸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몸도 작은 신호를 보낼 때 돌보아야 합니다.
잠이 부족하다는 신호.
피곤하다는 신호.
어지럽다는 신호.
혈압이 흔들린다는 신호.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신호.
그때는 대부분 괜찮겠지 하며 지나치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뇌동맥류 수술을 받고도 일을 다시 시작했고, 몸이 쉬어 달라고 할 때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몸은 계속 저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혈압의 변화도, 자율신경계의 불균형도, 그리고 이번 옻 반응까지.
지금 돌아보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나를 돌봐 달라.”
건강은 치료보다 관리가 먼저였습니다
병원에서는 늘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충분히 쉬라는 말.
자율신경계가 안정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처음에는 그 말이 너무 단순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회복하는 지금은 조금 다르게 이해하게 됩니다.
건강은 아프고 난 뒤 치료하는 것보다, 아프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과일나무도 병이 깊어진 뒤 치료하는 것보다, 미리 돌보는 것이 훨씬 건강한 열매를 맺게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
충분히 쉬는 것.
잘 먹고, 잘 자고, 마음을 쉬게 하는 것.
그런 작은 관리들이 결국 건강을 만들어 갑니다.
오늘의 회복 일기
오늘은 회복 8일차입니다.
다리는 아직도 가렵습니다.
회복은 생각보다 느립니다.
하지만 오늘 산책을 하며 떨어진 과일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몸도 과일나무와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꾸준한 돌봄이 필요하듯, 건강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도 제 몸은 말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쉬어도 괜찮다.”
이번에는 그 말을 믿어보려고 합니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최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나요?
- 건강은 치료보다 관리가 먼저라는 사실을 잊고 있지는 않나요?
- 오늘 내 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작은 돌봄은 무엇일까요?
회복 일기 시리즈
- 회복 1일차 : 엄마 집에서 시작한 진짜 쉼
- 회복 2일차 : 들깨를 심으며 배운 회복의 속도
- 회복 3일차 : 바람도 음악도 새소리도 쉬라고 했습니다
- 회복 4일차 : 혈압보다 더 궁금했던 내 몸의 이야기
- 회복 5일차 : 병원이 내게 처방한 것은 약보다 ‘쉼’이었습니다
- 회복 6일차 : 옻닭을 먹고 다리에 옻이 올랐습니다
- 회복 7일차 : 매년 먹던 옻닭인데 올해는 왜 옻이 심하게 올랐을까?
- 회복 8일차 : 몸도 과일나무처럼 제때 돌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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