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17일차, 어제는 두통으로 쉬고 오늘은 다시 괜찮아졌습니다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기록 17일차.
어제는 두통이 심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쉬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몸이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회복은 매일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몸의 날씨를 살피며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느낀 하루였습니다.


새벽 폭우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오늘은 회복 17일차입니다.

새벽 4시 30분쯤, 빗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창문을 열고 자서 그런지 폭우가 내리는 소리가 너무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소리에 조금은 겁이 났습니다.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비가 내렸고, 천둥과 번개까지 이어졌습니다.

아침 6시쯤에는 엄마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는 조금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대문을 여시고, 마당에 있는 하우스 문을 닫고 오셨습니다.

아마 하우스 안으로 빗물이 들어갈까 걱정되셨던 것 같습니다.

집에 들어오신 엄마는 밖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어제는 얌전하던 놈이 오늘은 바람이 세차네.”
“비가 베란다까지 들어온다.”

비를 두고도 엄마는 살아 있는 생명처럼 말씀하십니다.

어제는 얌전했던 비가 오늘은 성난 얼굴을 하고 찾아온 것 같다는 표현이었습니다.


어제는 두통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어제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래야 했습니다.

두통이 너무 심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걸어도 흔히 말하는 “골이 흔들린다”는 표현이 딱 맞았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머리 안쪽이 함께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로 정했습니다.

회복 중인 몸은 하루하루가 참 다릅니다.

어제는 두통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오늘은 어제와 완전히 다른 하루처럼 느껴집니다.

오늘은 몸이 훨씬 가볍습니다.

그래서 더 신기합니다.

회복은 좋아졌다가도 다시 힘들고, 힘들다가도 다시 괜찮아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 엄마도 몸이 더 아프셨습니다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엄마도 몸이 많이 아프신 것 같았습니다.

집 안에서는 계속 “아이고, 아이고.”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날이 궂으면 삭신이 쑤신다는 어른들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그냥 누워만 계시지는 못합니다.

텃밭에 있는 상추가 너무 자라 쇠었다고 하셨습니다.

쓴맛이 나서 그냥 먹기는 어렵다고 하시면서도, 먹을 수 있는 부분만 잘라 삶아 물에 담가 두셨습니다.

쓴맛을 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안의 쓴물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아직 빼내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마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술 후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불안, 언제쯤 완전히 좋아질까 하는 조급함,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그런 마음들이 아직 제 안에 남아 있는 쓴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에서 쓴내가 난다는 엄마의 말

엄마는 예전에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입에서 쓴내가 난다.”

처음에는 입맛이 쓰다는 뜻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뜻은 달랐습니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할 일이 없으면 입에서 쓴내가 난다는 말이었습니다.

누군가와 말하지 못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면 마음까지 쓰다는 뜻이었습니다.

엄마는 요즘 동네 사람들이 예전처럼 잘 모이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예전에는 회관 앞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걷기도 힘들고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져 예전만큼 모이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몸이 아프면 사람을 만나러 나가는 일조차 큰 결심이 필요한 나이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참 좋아하십니다.

오늘은 유난히 엄마 이야기를 많이 들은 날이었습니다.

엄마가 하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오래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건강은 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과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고, 내 안의 쓴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것도 건강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햇빛이 들었습니다

오전 10시쯤 되니 비가 그쳤습니다.

그렇게 세차게 내리던 비가 멈추더니 갑자기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쬐기 시작했습니다.

거실에 앉아 엄마의 꽃밭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비들이 꽃 주변을 분주히 오가고 있었습니다.

서로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바쁘게 날아다녔습니다.

폭우와 천둥이 지나간 자리에도 꽃은 다시 피어 있고, 나비는 다시 날아다닙니다.

우리 몸도 그런 날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두통으로 하루를 멈췄지만, 오늘은 조금 괜찮아지는 날.

비가 지나가고 햇빛이 드는 날처럼 말입니다.

회복도 그렇게 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몸이 제게 알려준 것

오늘 하루를 보내며 다시 느꼈습니다.

회복 중에는 컨디션이 매일 같지 않습니다.

어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만큼 두통이 심했지만, 오늘은 또 괜찮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오늘 괜찮다고 해서 내일도 괜찮은 것은 아니고, 어제 힘들었다고 해서 계속 나빠지는 것도 아닙니다.

몸은 날씨처럼 변합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햇빛이 들고, 다시 흐려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무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두통이 심한 날에는 쉬고, 괜찮은 날에는 조금 움직이고, 마음이 무거운 날에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내 안의 쓴물이 올라오는 날에는 천천히 그 마음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지금 제게 필요한 회복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제 몸에게 말해봅니다.

조금씩 가자.
어제 쉬었다고 조급해하지 말자.
오늘 괜찮다고 무리하지 말자.

회복은 매일 같은 속도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몸의 날씨를 살피며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니까요.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두통이 심한 날에도 참고 움직이고 있지는 않나요?
  • 몸의 컨디션이 매일 달라지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요?
  • 내 마음속에 아직 빠지지 않은 ‘쓴물’은 무엇일까요?

회복일기 시리즈

이 글은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과정을 기록하는 「회복일기」 시리즈입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이해하고, 일상의 속도를 조금씩 늦추며 다시 건강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선 회복 이야기와 이후 이어지는 기록은 블로그 「회복일기」 카테고리에서 계속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한 줄

회복은 매일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몸의 날씨를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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