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18일차, 몸의 회복에는 쉼이 필요하고 마음의 회복에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기록 18일차.
아침에는 산책을 하며 푸놀치로 마음을 쉬게 했고, 오후에는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보며 관계가 마음 건강에 주는 힘을 다시 느낀 하루였습니다.


비가 멈춘 아침,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회복 18일차입니다.

아침에는 비가 오지 않아 루틴대로 아침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걷기에 딱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 이어지다 보니, 이렇게 잠깐 비가 멈춘 아침이 더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회복을 시작한 뒤 아침 산책은 제 하루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몸을 억지로 움직이는 운동이라기보다, 오늘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숨이 어떤지,
머리는 맑은지,
다리는 무겁지 않은지.

걸으면서 제 몸의 신호를 천천히 살펴봅니다.


강아지풀과 산딸기로 손녀딸들을 표현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강아지풀과 산딸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손녀딸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강아지풀과 산딸기를 가지고 손녀딸들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푸놀치는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도 하던 일상이었습니다.

이곳에 와서도 제가 할 수 있는 날에는 조금씩 해보려고 합니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길에서 만난 자연물로 마음속에 떠오르는 사람을 표현하는 시간.

그 시간이 제게는 좋은 회복이 됩니다.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잠깐이라도 걱정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회복 중에는 몸을 쉬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쉴 수 있는 작은 활동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한 하루, 창밖을 바라보며 쉬었습니다

오늘은 비가 너무 오락가락했습니다.

무엇을 하기도 애매했고, 밖에 나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방에 앉아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시간이 답답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꼭 헛된 시간은 아닙니다.

회복 중인 몸에게는 이런 느린 시간도 필요합니다.

몸이 쉬는 동안 마음도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창밖의 비를 바라보는 일도 오늘은 회복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오후, 동네 아주머니의 한마디

오후가 되자 잠깐 비가 그쳤습니다.

밖에 나가 보니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회관 앞에 앉아 계셨습니다.

아주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고, 심심해서 죽겠다. 엄마 나오라고 해.”

저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엄마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엄마, 아주머니가 나오라고 하셔.”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은근히 좋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곧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아주머니는 엄마가 나오시는 것을 반갑게 맞으셨습니다.

엄마가 잠깐 있다가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아주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너라도 있으니 좋은데 왜 들어가냐.”

그 말을 듣고 저도 그냥 들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앉아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주머니는 특유의 말투가 있으십니다.

조금 거칠게 들릴 때도 있고, 사투리와 욕설이 섞일 때도 있습니다.

제가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아주머니가 장난스럽게 한마디를 하셨고, 저는 그 말에 웃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라도 웃으니까 좋지 않냐.”

그 말에 저는 다시 웃음으로 대답했습니다.


사람은 사람 속에서 덜 아픕니다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도, 앞집 아주머니도, 먼저 회관 앞에 나와 계시던 아주머니도 모두 혼자 생활하고 계십니다.

혼자 산다는 것은 조용하고 편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너무 적막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말을 나누지 않는 하루가 길어지면 마음도 몸도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엄마가 예전에 하신 말이 떠올랐습니다.

“혼자 있으면 더 아프다.”

그 말이 오늘 다시 이해되었습니다.

사람은 몸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말을 나누고, 웃고, 누군가가 나를 불러주고,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순간 몸의 아픔도 잠시 덜해지는 것 같습니다.

건강은 약과 음식, 운동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관계도 건강의 한 부분입니다.

누군가와 나누는 짧은 대화, 함께 앉아 있는 시간,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의 존재.

그런 것들이 마음을 살리고, 마음이 살아나면 몸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늦게 들어오신 이유

엄마는 평소 저녁 7시부터 시작하는 드라마를 챙겨 보십니다.

방송사마다 시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집으로 들어오십니다.

그런데 오늘은 드라마 시간이 지났는데도 쉽게 들어오지 않으셨습니다.

아마 늦게 나가신 만큼 늦게까지 회포를 풀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그러셨을까 싶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몸도 마음도 눅눅해지는 날.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시간이 엄마에게는 또 다른 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회복 일기

오늘은 회복 18일차입니다.

아침에는 산책을 했고, 강아지풀과 산딸기로 손녀딸들을 표현했습니다.

오후에는 비를 바라보며 쉬었고, 잠깐 비가 그친 사이 동네 아주머니들과 엄마가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늘 몸이 크게 힘든 날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몸보다 마음의 건강을 더 많이 생각한 날이었습니다.

회복은 혼자 조용히 쉬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다시 힘을 얻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몸을 쉬게 해준다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은 마음을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회복은 그렇게 배웠습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
몸의 회복에도 마음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것.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몸은 쉬고 있지만 마음은 외롭지 않나요?
  • 오늘 나를 웃게 해준 사람은 누구였나요?
  • 건강을 위해 운동과 음식만큼 관계도 돌보고 있나요?

회복일기 시리즈

이 글은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과정을 기록하는 「회복일기」 시리즈입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이해하고, 일상의 속도를 조금씩 늦추며 다시 건강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선 회복 이야기와 이후 이어지는 기록은 블로그 「회복일기」 카테고리에서 계속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한 줄

몸의 회복에는 쉼이 필요하고, 마음의 회복에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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