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23일차, 잠과 식욕이 흔들린 날 몸의 기본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기록 23일차.
밤에 여러 번 깨는 수면 문제와 엄마의 식욕 저하, 공복 뒤 속쓰림을 보며 잘 자고 조금이라도 잘 먹는 일이 회복의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 느낀 하루였습니다.
밤에 자주 깨니 아침에도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회복 23일차입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좀 더 자고 싶어 그대로 누워 있었지만 다시 잠들지는 못했습니다.
요즘은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은 날이 많습니다.
밤에 잠이 들었다가도 화장실에 가기 위해 세 번에서 다섯 번 정도 깨는 것 같습니다.
엄마 집에 내려오기 전에도 수면의 질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밤중에 여러 번 깨다 보니 아침에도 피로가 남아 있습니다.
분명 잠을 잤는데도 충분히 쉰 것 같지 않은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면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잠의 질이었습니다
잠은 단순히 오래 누워 있는 시간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간에 자주 깨지 않고 깊게 쉬어야 몸도 제대로 회복되는 것 같습니다.
밤사이 여러 번 잠에서 깨면 아침에 몸이 무겁고, 머리가 맑지 않으며, 하루를 시작할 힘도 쉽게 떨어집니다.
저 역시 요즘 그런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잠에서 자주 깨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늦은 시간에 마신 물이나 음료, 수면 리듬의 변화, 현재 몸 상태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몇 시에 잠들었는지, 밤에 몇 번 깼는지, 화장실에 몇 번 다녀왔는지를 조금 더 자세히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회복 중인 몸에서는 평소 무심히 지나치던 수면 습관도 중요한 건강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워지기 전에 아침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요즘은 아침 공기마저 후덥지근한 날이 많습니다.
낮에는 더위가 심해 걷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준비해 산책을 나갔습니다.
길을 걷다 보니 들깨 모종을 심고 있는 부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며칠째 같은 밭에서 들깨를 심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넓은 밭을 채우는 일은 하루 이틀에 끝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집 밭도 규모가 꽤 컸고, 가족이 내려와 돕거나 사람을 구해 함께 모종을 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건강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복은 하루 열심히 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반복하고 필요할 때에는 도움도 받아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엄마는 밥 생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계속 잠을 주무셨고, 아침밥도 생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면 더 기운이 빠질 것 같아 조금이라도 드시게 했습니다.
식사를 조금 하신 뒤 엄마는 다시 방에 들어가 주무셨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먹자고 말씀드렸지만, 엄마는 여전히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엄마가 드시지 않으니 함께 식사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엄마가 방에서 나오시며 속이 쓰리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엄마, 배가 고파서 속이 쓰린 것 같아.”
엄마는 조금만 먹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계란후라이를 하고, 며칠 전 사 온 아삭이고추를 씻어 간단하게 상을 차렸습니다.
식욕이 없어도 공복이 길어지면 더 불편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셨지만 막상 밥을 드리니 맛있게 드셨습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식사를 마치셨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밥 먹으니까 속이 안 쓰리네.”
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그랬잖아. 배고파서 그런 것 같다고.”
식욕이 없다고 해서 몸에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연세가 있는 분들은 한 번에 많은 양을 드시기 어렵더라도 너무 오랫동안 빈속으로 지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한 그릇이 부담스럽다면 계란이나 죽, 부드러운 반찬처럼 조금씩 먹기 쉬운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다만 속쓰림이 반복되거나 통증이 심해진다면 단순히 공복 때문이라고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엄마의 얼굴이 달라졌습니다
점심을 드신 엄마는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다시 침대에 누우셨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 시간쯤 동네 아주머니가 오실 때가 되었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도 조금 궁금했지만 엄마가 더 기다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몇 번이나 말씀하셨습니다.
“회관에 간식이 없나 보다. 그러니까 나오라고 안 하지.”
아무래도 심심하셨던 것 같습니다.
회관은 우리 집 바로 옆에 있어 대문만 나가면 금방입니다.
제가 회관에 가보니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어보니 앞집의 ‘8학년 5반’ 아주머니가 안마기에 누워 안마를 받고 계셨습니다.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엄마 나오라고 할게요.”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회관에 가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순간 엄마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엄마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물으셨습니다.
“내 머리 미친년 머리 같지?”
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응, 머리 빗고 가세요.”
엄마는 머리를 빗고는 정말 쏜살같이 회관으로 나가셨습니다.
노년의 건강에는 사람을 만나는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아침에는 밥 생각도 없고 계속 누워 계시던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회관에 누군가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몸의 통증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엄마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건강은 음식과 수면, 운동만으로 지켜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것.
함께 앉아 이야기할 사람이 있는 것.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눌 수 있는 것.
그런 관계도 마음의 기운을 다시 일으키는 중요한 힘이 됩니다.
엄마를 보며 노년의 건강에는 식사와 약만큼 외로움을 줄이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두 포기의 호박이 계속 열매를 내어줍니다
우리 집 텃밭에는 엄마가 다른 아주머니에게 받은 호박 모종 두 포기를 심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호박은 정말 자기 몫을 열심히 합니다.
성장도 빠르고 호박도 계속 열립니다.
볶아 먹고, 호박전을 부치고, 수제비에도 넣어 먹었는데 다시 예쁜 호박 두 개를 내어주었습니다.
아직도 꽃이 계속 피고 있고, 작은 열매들도 여기저기 달려 있습니다.
호박은 부드럽게 익혀 먹기 좋고 여러 음식에 활용할 수 있어 엄마와 함께 먹기에도 부담이 적은 식재료입니다.
한 가지 재료로 볶음과 전, 국, 수제비처럼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참 고맙습니다.
회복 중에는 거창한 보양식보다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몸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음식을 잘 챙겨 먹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안에도 화수분 같은 힘이 있을까
계속 열매를 내어주는 호박을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도 저 호박 같은 화수분이 있을까?”
우리에게는 누구나 쉽게 마르지 않는 장점이나 힘이 하나쯤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서 그것이 장점인지 모르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느라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회복을 위해 이곳에 내려와 산책하고, 자연물을 이용해 푸놀치를 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일은 내려놓았지만 표현하는 일까지 모두 멈추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자연 속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하고, 글로 남기는 힘이 제 안의 화수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힘이 지금 저를 지치게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안정시키고 살아 있게 해주는 힘이라면, 완전히 멈추기보다 몸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이어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회복 일기
오늘은 회복 23일차입니다.
밤에 자주 깨는 수면 문제를 다시 생각했고, 식욕이 없던 엄마가 공복 뒤 속쓰림을 느끼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식사를 하자 속이 편해진 엄마를 보며, 먹는 일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몸을 지탱하는 기본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말에 얼굴이 환해지는 엄마를 보며 관계 역시 건강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텃밭의 두 포기 호박은 오늘도 열매를 내어주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제 안에 남아 있는 힘을 하나씩 발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몸이 제게 알려준 것은 이것입니다.
잘 자는 것,
조금이라도 잘 먹는 것,
누군가와 연결되어 살아가는 것.
그 평범한 일들이 회복의 가장 중요한 기본이었습니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밤에 자주 깨는 수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지는 않나요?
- 식욕이 없다는 이유로 공복 상태를 너무 오래 유지하고 있지는 않나요?
- 내 몸과 마음을 다시 일으켜 주는 나만의 화수분은 무엇인가요?
회복일기 시리즈
이 글은 뇌동맥류 수술 후 몸과 일상을 회복해 가는 「회복일기」 시리즈입니다.
수면과 식사, 산책과 쉼, 가족과 이웃의 관계 속에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선 회복 이야기와 이후 기록은 블로그 「회복일기」 카테고리에서 계속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한 줄
회복의 기본은 잘 자고, 조금이라도 잘 먹고, 사람과 연결되어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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