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일기 44일차|머리가 멍하고 띵한 날, 운동을 더 해도 될까?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일기 44일차입니다.
요즘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요.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을 청하기도 하고, 에어컨을 켜놓은 채 잠들기도 합니다.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 날도 있어요.
그런데 새벽 공기가 약간 시원한 듯하면서도 습하고 꿉꿉합니다. 푹 자고 일어나 하루를 가볍게 시작했다기보다 몸에 눅눅한 이불 한 장을 걸친 듯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습니다.
회복 44일차 핵심 기록
- 일주일 만에 아침 산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 머리가 멍하고 띵해 천천히 걷기만 했습니다.
- 운동이 부족한 것 같아 자전거까지 탔습니다.
- 엄마의 꽃밭을 보며 건강도 가꾸는 과정임을 느꼈습니다.
- 폭염 속 어머니의 외출과 외로움도 살펴보았습니다.
일주일 만에 다시 나간 아침 산책
아이들이 다녀가고 집에 손님이 계속 찾아오면서 산책을 거의 일주일 동안 하지 못했어요.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가보니 물안개가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와 습한 공기가 만나 논과 들판 위로 하얀 안개가 퍼져 있었어요.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몸은 그리 가볍지 않았습니다.
몸이 찌뿌둥한 데다 머리도 약간 멍하고 띵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푸놀치도 하지 않고 천천히 걷기만 한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주일 만에 운동을 나왔는데 이 정도만 해도 될까?’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더 돌고 집으로 들어왔어요.
머리가 멍한데도 운동량을 더한 마음
오늘 아침의 몸 상태만 생각하면 걷기만 하고 들어온 것으로 충분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집에 너무 일찍 돌아왔다는 이유로 자전거까지 탔습니다.
회복 중에는 몸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어느 순간 지켜야 할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평소보다 적게 움직이면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고, 부족한 운동량을 채워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머리가 멍하고 띵한 날에는 운동량을 채우는 것보다 증상이 더 심해지지 않는지 살피는 일이 먼저입니다.
걷기를 일찍 마친 것은 실패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에 맞춰 활동량을 줄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빈자리를 자전거로 다시 채우려고 했습니다.
회복을 위한 운동은 부족한 양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그날의 몸이 허락하는 만큼 움직이는 일입니다.
뇌동맥류 수술 후 나타나는 멍함과 두통, 어지럼증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수면 부족이나 더위, 탈수, 피로 등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수술과 관련된 증상인지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증상이 반복된다면 발생 시간과 지속 시간, 함께 나타난 증상을 기록해 진료할 때 의료진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계란 껍질도 그냥 버리지 않는 엄마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계란 껍질을 모아두는 종이봉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봉투에는 계란 껍질이 가득 차 있었어요.
엄마는 그것을 텃밭에 있는 나무 밑에 버리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마당의 백일홍이 조금 튼튼하지 못해 보인다며 그 주위에 잘게 부숴 넣으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엄마는 제가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기어코 마당으로 나오셨습니다.
계란 껍질을 더 잘게 부수어 백일홍 주위에 골고루 뿌리고 흙을 다독여주셨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엄마의 꽃밭이 저절로 아름다워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꽃밭을 보며 ‘나간 집 같다’고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꽃밭에 풀이 자라거나 꽃의 모양이 흐트러져 있으면 사람이 살지 않는 집처럼 보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수시로 풀을 뽑고 거름을 주며 꽃의 자리를 옮겨 심습니다. 어떤 꽃은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기고, 또 어떤 꽃은 다른 꽃과 어울리도록 자리를 바꿉니다.
엄마의 꽃밭에는 엄마가 들인 시간과 손길이 겹겹이 쌓여 있었습니다.
꽃밭을 돌보듯 건강도 돌봐야 합니다
엄마가 백일홍 주위의 흙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며 건강도 꽃밭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기 좋은 꽃밭을 만들기 위해서는 풀을 뽑고 물을 주고 자리를 살피며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합니다.
건강도 하루 운동했다고 갑자기 좋아지지 않습니다. 약을 한 번 먹었다고 모든 증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몸 상태에 맞게 걷고, 잘 먹고, 충분히 자고,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면 살피는 작은 행동이 쌓여 조금씩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지금 엄마 집에서 생활하는 것도 앞으로 조금 더 건강한 노년을 살아가기 위해 제 몸을 다시 돌보는 시간입니다.
행복과 즐거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행복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고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며 조금씩 가꾸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엄마의 꽃밭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 건강한 노년도 하루아침에 준비되지 않습니다.
노각무침과 호박볶음으로 차린 점심
점심에는 며칠 전 농협마트에서 사 온 노각을 다시 손질해 무쳤습니다.
호박에는 양파를 썰어 넣고 볶았어요. 소박한 반찬이지만 엄마와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요즘은 엄마가 잘 드시는지, 국물은 필요한지, 반찬이 너무 맵거나 짜지는 않은지 살피게 됩니다.
제가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식사를 준비하고 필요한 일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한 가지 걱정이 생깁니다.
‘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엄마가 혼자서도 잘 지내실 수 있을까?’
엄마가 지금은 제 도움을 받으며 식사를 챙기고 병원에도 함께 가지만, 제가 떠난 뒤의 생활을 생각하면 걱정되고 염려됩니다.
그렇다고 엄마가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분은 아닙니다. 엄마는 여전히 텃밭과 꽃밭을 돌보고 동네를 오가며 자신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엄마의 모든 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계셔도 안전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을 함께 정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 새끼 있는지 나가봐야겠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 동네가 조용합니다.
엄마도 집에만 있으니 심심하고 무료하셨던 모양이에요. 한참을 왔다 갔다 하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사람 새끼 있는지 밖에 나가봐야겠다.”
엄마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들어오셨어요.
“사람 새끼가 하나도 없어.”
너무 더워 모두 집 안에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 휴가철이라 다른 집에도 자식들이 찾아와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요.
엄마는 다시 집 안을 이리저리 오가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더위는 어르신의 신체활동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기회까지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년기에는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일이 마음 건강에도 중요합니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정서적 건강뿐 아니라 신체적·인지적 건강과도 관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기 위해 폭염 속에서 무리하게 밖으로 나가는 것도 위험합니다.
이런 날에는 잠깐 전화를 걸거나, 해가 약해진 시간에 가까운 이웃과 안부를 나누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머리가 멍하고 띵한 날 살펴봐야 할 것
오늘 아침 제가 걷기만 하고 돌아온 이유는 몸이 찌뿌둥해서이기도 했지만, 머리가 멍하고 띵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회복 과정에서도 증상은 좋아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어느 날은 맑고 어느 날은 멍한 상태가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익숙한 증상이라고 해서 모든 변화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이런 증상은 기다리지 마세요
-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갑작스럽고 심한 두통
- 한쪽 얼굴이나 팔, 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는 증상
- 말이 어눌해지거나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증상
- 갑작스러운 시야 이상
-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울 정도의 심한 어지럼증
이러한 증상은 뇌졸중의 조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오늘처럼 가벼운 멍함과 띵한 느낌이라도 반복되거나 심해진다면 발생 시간과 지속 시간을 기록해두었다가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야겠습니다.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44일차, 건강도 행복도 가꾸는 과정입니다
오늘은 일주일 만에 아침 산책을 했습니다.
머리가 멍하고 몸이 무거워 천천히 걷기만 했지만, 집에 너무 일찍 돌아왔다는 생각에 자전거까지 타고 한 바퀴를 더 돌았습니다.
돌이켜보니 운동량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몸을 조금 더 쉬게 했어야 했던 아침이었습니다.
엄마는 계란 껍질을 잘게 부수어 백일홍 주위에 뿌리고 흙을 다독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름다운 꽃밭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건강과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픈 날에는 쉬고, 움직일 수 있는 날에는 천천히 걷고, 몸의 변화를 살피는 일이 쌓여 회복이 됩니다.
엄마의 무료함과 외로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건강의 한 부분입니다. 몸이 건강해도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면 하루는 길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머리가 조금 멍하고 띵했지만 몸은 전보다 안정되어가는 것 같아요. 증상이 오르내리는 과정까지 회복의 일부로 받아들이되, 달라지는 신호는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꽃밭은 물과 거름, 기다림으로 아름다워집니다.
우리의 건강과 행복도 매일의 작은 돌봄 속에서 조금씩 자랍니다.
오늘도 엄마의 꽃밭과 식탁, 조용한 시골마을 안에서 회복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더운 날 회복 중인 몸을 위해 살펴볼 것
- 머리가 멍하거나 띵하면 운동 시간과 강도를 줄입니다.
- 운동 전후로 물을 마시고 땀을 많이 흘렸다면 충분히 쉽니다.
- 수면과 실내 습도, 더위가 몸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합니다.
- 운동량이 적었다는 이유로 무리해서 추가 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 어르신은 가장 더운 시간대의 외출을 피하도록 살핍니다.
-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반복되거나 심해지면 의료진과 상담합니다.
오늘의 한 줄
엄마가 꽃밭을 돌보듯,
저도 앞으로의 건강한 노년을 위해
오늘의 몸을 천천히 돌봅니다.
이 글은 뇌동맥류 수술 후 시골에서 회복하며 기록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갑작스럽고 심한 두통, 한쪽 마비, 언어장애, 시야 이상, 심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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