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일기 46일차|친구 아버지의 부고와 엄마의 “나도 그렇게 가야 하는데”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일기 46일차입니다.

요즘 날씨가 정말 너무 더운 것 같아요.

밭에 있는 들깨는 말라 죽어가고 있고, 감나무 잎도 힘이 하나도 없는 듯 축 늘어져 있습니다. 토란잎도 여기저기 말라가고 있어요.

더위가 자신의 위상을 뽐내듯 사람과 식물 모두를 지치게 하고 있습니다.

회복 46일차 핵심 기록

  • 무더위에 지친 들깨와 감나무, 토란잎을 바라보았습니다.
  •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여전히 설렐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 고등학교 친구 아버님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 엄마의 “나도 그렇게 가야 하는데”라는 말에 담긴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 이웃과의 만남이 엄마에게 다시 힘을 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농촌의 시간은 흘러갑니다

요즘 농촌에서는 논두렁과 밭두렁의 풀을 예초기로 베거나 풀약을 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예초기가 지나간 자리에서 풍겨오는 풀 내음은 정겹게 느껴져요.

예전에 아파트에 살 때도 단지 안에서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잘린 풀 냄새가 바람을 타고 폴폴 날아오곤 했습니다. 그때 그 냄새를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요즘은 참깨를 수확하는 집도 많습니다.

엄마는 이런 말씀을 자주 하세요.

“올해는 참깨가 시절이야.”

올해 참깨 농사가 잘됐다는 뜻입니다.

제가 봐도 여기저기 참깨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려 있어요. 무더위를 견디며 열매를 맺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기도 합니다.

같은 더위를 견디면서도 어떤 작물은 말라가고, 어떤 작물은 풍성한 열매를 맺습니다.

사람의 몸도 비슷한 것 같아요. 같은 날씨와 환경 속에서도 나이와 건강 상태, 수분 섭취와 휴식 정도에 따라 몸이 받아들이는 부담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어르신과 만성질환자, 수술 후 회복 중인 사람은 더위에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 아름다웠습니다

무더위에 지친 식물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오늘따라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계속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하늘보다 더 고마웠던 것은 그 풍경을 보고 제가 여전히 설렐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직 내가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느끼고, 그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구나.’

그런 제 모습이 좋았습니다.

회복하는 동안에는 몸의 불편함에 마음이 붙잡힐 때가 많아요. 머리가 맑은지, 어지럽지는 않은지, 오늘은 왜 이렇게 힘이 없는지 자꾸 몸을 살피게 됩니다.

그런데 잠시라도 하늘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시선이 아픈 몸에서 바깥세상으로 옮겨갑니다.

증상이 모두 사라져야만 회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아름다운 것을 다시 알아보고 감탄하며, 마음이 움직이는 것도 회복의 한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하늘보다 더 반가웠던 것은,
그 하늘을 보고 여전히 설레는 제 마음이었습니다.

무더위에 힘든 식물처럼 제 마음에도 힘든 일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무더위에 힘들어하는 식물들처럼 제 마음에도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까이 지낸 친구가 있어요. 우리 네 명은 늘 함께 다니던 단짝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아버님이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의 집에 자주 놀러 가서 잠도 많이 잤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버님 말씀도 참 안 들었던 말썽쟁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버님은 저희를 불편해하지 않으셨습니다.

주말 아침이면 우리를 위해 닭볶음탕을 만들어주시고 밥도 잘 챙겨주셨어요.

네 명 중 누구를 더 예뻐하거나 덜 예뻐하지 않고 모두에게 참 잘해주셨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충분히 알지 못했어요.

어른이 되고 제가 아이들을 키워보니 주말 아침마다 딸의 친구들까지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가끔 아버님을 찾아뵙기도 했지만 요 몇 년 동안은 찾아뵙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런데 아버님은 주무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엄마의 “나도 그렇게 가야 하는데”라는 말

친구 아버님의 소식을 들은 엄마는 말씀하셨습니다.

“그 양반은 죽을 복을 잘 타고났네. 자식들 고생 안 시키고 조금 아프다가 갔으니 얼마나 좋아. 나도 그렇게 가야 하는데.”

엄마와 친구 아버님은 동갑이십니다.

엄마는 또래의 죽음을 접하면서 자신의 마지막도 생각하신 것 같아요.

친구 아버님은 술을 좋아하셔서 건강이 조금 더 좋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혼자 자녀들을 키우며 고생도 많이 하셨어요.

아버님이 돌아가신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오랜 시간 심하게 앓으며 자신도 고통받고 자녀들에게도 큰 부담을 주지 않은 채 떠나셨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마음이 함께 있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을 바라기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고, 가족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엄마의 “나도 그렇게 가야 하는데”라는 말에도 죽고 싶다는 뜻보다는 오랜 고통 없이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런 말을 반복하거나 평소와 달리 의욕이 크게 떨어지고, 잠과 식사가 무너지며 삶을 포기하는 듯한 표현이 이어진다면 노년기 우울감이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오늘은 엄마의 말을 가볍게 막기보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조용히 듣는 것이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장례식장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오빠

저는 아직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 장례식장에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가까운 친구의 아버님인데 찾아뵙지 않을 수는 없고, 혼자 이동하는 일은 부담스러웠어요.

마침 오빠가 휴가 중이어서 오빠의 도움을 받아 장례식장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참 고맙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회복 중에는 마음으로는 꼭 하고 싶어도 몸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장거리 이동이나 낯선 장소에 가는 일,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일도 몸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요.

그럴 때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약해진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몸에 맞게 방법을 조절하는 일입니다.

오빠의 도움이 있었기에 무리하지 않고 친구의 곁을 지킬 수 있었고, 아버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애도는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일이면서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슬픔을 혼자 견디기보다 가족과 친구가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부담은 조금 나뉠 수 있습니다.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다녀올 수 있었고,
함께했기 때문에 마음의 인사를 제대로 전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도 마음의 영향을 받으신 것 같았습니다

장례식장에 다녀와 잠시 쉬고 있는데 엄마가 오늘따라 몸이 더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평소보다 “아이고, 아이고” 소리도 자주 하셨어요.

친구 아버님의 소식을 들으며 자신과 같은 나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무더위와 피로가 겹쳤을 수도 있고요.

엄마의 몸이 힘든 이유를 한 가지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무거운 날에는 몸의 통증과 피로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고, 몸이 힘들면 마음도 쉽게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엄마의 “아이고”를 단순한 습관으로만 듣지 않고 어디가 더 불편한지, 물은 충분히 드셨는지, 식사는 잘하셨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엄마에게 힘을 주는 반가운 손님

그런 엄마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동네 아주머니가 엄마를 데리러 오셨어요. 저는 엄마에게 얼른 나가보시라고 했습니다.

조금 전까지 몸이 힘들다고 하던 엄마였지만, 이웃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는 마음에 생기가 돌아올 것 같았습니다.

노년기에는 몸을 돌보는 것만큼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일도 중요합니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노년기 우울감뿐 아니라 신체적·인지적 건강과도 관련될 수 있습니다.

가족과 이웃의 방문, 전화 한 통, 함께 나누는 식사와 대화는 어르신의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 됩니다.

다만 날씨가 너무 더운 날에는 무리해서 밖을 오래 걷기보다 시원한 실내에서 사람을 만나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마 엄마는 동네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활짝 웃다가 조금 뒤 집으로 돌아오실 것 같습니다.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46일차, 건강하게 산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무더위에 축 늘어진 들깨와 감나무 잎을 보았습니다.

그 옆에서는 참깨가 풍성한 열매를 달고 있었고, 하늘은 유난히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친구 아버님의 부고를 통해 건강하게 산다는 것과 삶을 잘 마무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건강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 것 같아요.

가능한 한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관계를 나누며,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는 것도 건강한 삶의 일부입니다.

저 역시 장례식장에 혼자 갈 수 없어 오빠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혼자 해결하려고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도움을 받는 것이 제 몸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엄마도 오늘 또래의 죽음을 접하며 자신의 삶과 마지막을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가운 이웃이 찾아오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사람은 슬픔만으로 하루를 보내지 않습니다.

슬픈 소식을 듣고도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고, 떠난 사람을 기억하며, 찾아온 이웃과 웃음을 나눕니다.

그렇게 삶은 슬픔과 아름다움, 걱정과 감사가 함께 놓인 채 계속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회복은 슬픔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슬픔 속에서도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고
다시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친구 아버님께 감사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편안한 안식을 빌어봅니다.

무더위와 부고가 겹친 날 살펴볼 건강 신호

  • 어르신이 평소보다 처지면 몸 상태와 수분 섭취를 확인합니다.
  • 식사를 제대로 하셨는지, 잠은 잘 주무셨는지 살펴봅니다.
  • 폭염에는 가장 더운 시간대의 야외활동을 줄입니다.
  • 장례식장 이동이 부담스럽다면 가족의 도움을 받습니다.
  • 슬픔과 무기력, 수면·식욕 변화가 오래 이어지면 전문가와 상담합니다.
  • 죽음에 관한 말이 반복되고 삶을 포기하는 표현이 나타나면 가볍게 넘기지 않습니다.
  • 짧은 방문과 전화, 이웃과의 대화로 관계가 끊기지 않도록 돕습니다.

이런 변화는 세심하게 살펴보세요

죽고 싶다는 말을 구체적으로 하거나 삶을 정리하려는 행동을 보이고, 심한 무기력과 불면, 식욕 저하가 이어진다면 혼자 두지 말고 의료진이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오늘의 한 줄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 설렐 수 있고,
슬픈 날에도 다시 사람과 웃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안내
이 글은 뇌동맥류 수술 후 시골에서 회복하며 기록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어르신의 무기력과 우울감, 식욕 및 수면 변화가 지속되거나 죽음에 관한 표현이 반복된다면 의료진 또는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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